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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부여 받은 인생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하는 중 // 관심사 : 음악, 독서, 여행, 운동, 유튜브, 일본애니 // Since October, 2019
by RealEscape


[일상] 2019년 12월 15일 일요일 2019년도_일상

오늘은 어디냐 (한때 화제거리였던 온게임넷의 철권열전 "내일은 어디냐"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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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라는 불청객이 비염이라는 가짜 가면을 쓰고 불현듯 찾아왔다. 환절기면 어김없이 코가 고장난 수도관처럼 맑은 콧물을 쏟아냈었지만 이번에는 매번 겪던 그런 패턴과는 좀 달랐다, 다름이 아니라 두통이 더해졌다는 점. 처음에는 콧물만 보여서 비염인 줄 착각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 두통이라는 후속타가 있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요즘은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니 개는 안 걸려도 사람은 걸릴 수 있는..)에도 툭하면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였었는데, 올해는 여름을 무사히 넘겨서 이대로 감기제로의 한 해를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기록수립까지 불과 몇 주를 남겨두고 말을 안 듣는 내 몸뚱아리는 기어이 감기기운을 두 팔 벌려 맞이하고야 말았다.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은 나의 의식과, 사람이 살면서 일 년에 감기 한 번은 걸려줘야 제 맛이라는 듯한 나의 육신이 서로 따로 노는 듯하니, 지금의 내 상태가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의 사례가 아닐까 개똥 같은 생각을 해본다.

덤으로 어쩌다가 코 양쪽이 다 막혀 있다가 한쪽이라도 갑자기 뚫리는 순간은 정말 콧물 독립 만세의 심정이 작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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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 도전해보려고 진지하게 고민 중. 그런데 서평이란게 말이 좋아 서평이지 국딩으로 입학하여 초딩으로 졸업한 내 어릴 적을 지배하던 독후감(뭔가 발음하기도 힘들고 중후한 느낌이..) 내지 독서감상문과 비교해보면, 결국 책의 내용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한다는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막상 서평을 쓰기 위해 내가 믿고 비빌 구석이란게, 나약한 의식의 흐름에 손가락을 맡기어 학부생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문장을 끄적이던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소위 말하는 대중적이고 명성 높은 양서를 읽은 적도 없고, 두뇌에 파이프라인이 꼽힌 채로 시험 관련 지식의 인풋만 줄창 당해온지라 서평과 같은 아웃풋 행위를 갑자기 하려니 상당히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서평이든 뭐든 양질의 글이란 걸 쓰기 위해서는 "관점" 내지 "바라보는 태도나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에 따르는 어휘나 수사는 부수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덤.

그러나 조선시대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선비가 환생한 듯한 유머커뮤니티 드립러들의 위트에 매번 감탄만 하기 바쁜 나에게는, 스스로만의 관점이나 번뜩이는 발상도 거의 없다 시피하다.

서평이고 뭐고 쓰면 안될 듯한 이런 치명적인 약점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보려는 건, 학부생 시절부터 일기를 쓰던 동기와 비슷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고군분투하던 시절들을 그저 시간의 흐름에 흘려보내기 아까워 살았던 흔적들을 어떻게든 남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바로 학부생 시절의 일기였다. 

마찬가지로, 요즘 들어서 책을 부쩍 찾게 되었으니 나름 시간을 들여 읽은 책을 읽으며 마주쳤던 인상적인 순간들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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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과 응급실 사이에 낑겨서 존버하던 2019년이 벌써 몇 주 남지 않았다. 여전히 제대로 아는 것은 거의 없고(정확하게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내과지식이 거의 없는..), 오히려 내과 업무에 대한 매너리즘 내지 현타가 와서 작년보다 부쩍 더 게을러지고 병원 콜에 더욱 히스테릭해졌다.

작년에 입사한 이후로 두드러지게 붕괴되어버린 심신이 원인으로 생각되어, 무너진 심신을 복구하기 위해서 다음 달인 2020년 1월 달부터는 PT를 끊기로 큰 마음을 먹었다. 

덤으로 PT에 대비해서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이미 타바타 운동을 하고 있다. 책 읽고 게임하고 음악 감상 등등 혼자 놀꺼리가 많은 나로써는 단기간 빡세게 해서 애프터번(afterburn) 효과를 노리는 타바타 내지 HIIT 스타일이 더욱 안성맞춤이다.

콧물과 두통의 인정사정 없는 다구리 앞에서 한없이 늘어지기보다 더 늦기 전에 빨리 심신을 복구하고 싶어 과감히 다이소 매장에 가서 요가매트를 사는 한편 유튜브 영상 속 타바타 시범 동작을 따라서 말도 오지게 안 듣는 사지를 콧물을 훌쩍거리며 열심히 허우적대본다. 

그래도 내가 군복무 할 때 굴리던 운동에 비하면 마! 이것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오기 하나로 필사적으로 따라해본다. 그리고 허벅지를 비롯한 전신에 작열하는 듯한 근육통이 화살처럼 내리 꽂힌다. 자, 이렇게 시작한 운동은 과연 몇 일을 갈까? 스스로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덧글

  • 2019/12/15 21: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ealEscape 2019/12/22 11:43 #

    사진을 선정하는 것까지는 아직 크게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있어서 스스로 좀 더 수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댓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감기에서 거의 다 해방되었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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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 쓰는 거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 여러모로 욕심이 난다고 할까요. 그런데 뭔가 이런 식으로 강박적으로 붙잡다보면 한도 끝도 없을테니 어느 정도는 머리를 비우고 끄적여야할 것 같습니다. 관점이란 것 자체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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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바타 루틴은 계속 돌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제 자신도 이전에 죽어라 맨몸운동을 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두 번째 세 번째 할 수록 몸이 익숙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센터에 등록해서라도 집에서 못하는 운동을 억지로라도 하게끔 조성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위장 줄이는 시도도 점점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체중감량도 계속 이어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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