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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부여 받은 인생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하는 중 // 관심사 : 음악, 독서, 여행, 운동, 유튜브, 일본애니 // Since October, 2019
by RealEscape


[여행기] 2019년 12월 대만 여행기 PART III 2019년도_일상

~ 중산역 카페거리 ~

 - 도쿄 하라주쿠가 인적이 적어서 한적하다면 이렇지 않을까.. 중산역 카페거리 한가운데서 -

내과 레지던트 생활이 시작되면서 오프가 나면 카페로 책을 가져가서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는 카페쟁이 속성이 강화되었다. 그런만큼 삼청동 같은 느낌을 주는 카페거리가 타이페이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 구글맵에서 퍼온 중산역 카페거리에 해당되는 곳의 지도. 붉은 사각형이 중산역 4번 출구 - 

중산역 4번 출구로 나오면 공간 한 가운데 솟은 회색 보도를 끼고 양쪽으로 가게들이 진열되어 있는 광경을 맞이한다. 이 곳을 다녀온 다른 모 대형 포탈의 블로그 리뷰에서는 삼청동 같다고 언급하던 것도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삼청동보다는, 도쿄 하라주쿠에 인적이 적으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받았다. 강북의 삼청동처럼 최신식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주류인 카페와 전통한옥 간에 자아내는 신구의 조화 같은 느낌이 좀 부족해서 그랬던 것일까. 

일찍부터 코스메틱을 구경하러 혼자 다니는 여자 절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거리를 나란히 다니는 커플들. 보행자 우선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자 바로 호각을 불며 제지를 하는 경비원. 호각을 부는 소리나 반응속도며 제대로 얄짤 없다. 

카페거리라곤 하지만 카페보다는 옷가게, 미용실이 더 많고, 그 사이에 편집샵과 카페들이 박혀있다는 느낌. 편집샵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은 닫혀 있어 구경할 수가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중산역으로 오면서 잠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와플이 맛있기로 유명한 멜란지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도착한 첫 날 저녁 시먼역에서의 흑당 밀크티, 곱창국수가 만족스러웠기에, 로컬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지하 빼고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왕 자리 잡는 김에 카페가 위치한 골목을 보거나 1층의 내부를 만끽하고 싶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했다. 

물론 멜란지 카페 이외에 다른 카페들도 있었지만 막 들어갈 볼 정도로 크게 구미가 당기는 곳은 없었다. 중간중간에 귀여운 장식들을 한 퍼즐가게나 캐릭터로 장식을 한 곳들이 있어 눈과 손이 가는대로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 무작정 다니다 발견했던 리락쿠마. 중산역 지하도서상가의 순딩해 보이는 토끼 조형물 -

이렇게 카페거리라고 블로그 소문 듣고 찾아와서 이렇게 카페에 자리도 못 잡고 그냥 지나쳐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타공인 카페쟁이로써 조금 서운한 느낌이 있었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게 없다는게 이런 느낌인건가.

그렇게 어디라도 한 번 자리잡아보고 싶어서 열심히 이 골목 저 골목을 쏘다녔지만 크게 끌리는 플레이스를 결국 찾지 못했고, 시간은 흘러 점심 때가 되었다. 


~ 중식당 Kao-chi ~

- 샤오롱바오과 딤섬류 하나 더, 우육면, 파인애플 스무디. 먹방 찍으면서 제대로 위장FLEX를 해버렸다 -

역시나 즉석 검색을 통해 찾아낸 곳인 중식당 Kao-Chi. 어떻게 보면 이번 대만 여행에서 제대로 건물 안 식당에서 한 첫 식사.

가만 생각을 해보니 열심히 돌아다니며 볼거리들을 얼추 섭렵했다고 여겼던 지난 대만여행에서도 정작 먹거리 쪽에서는 스린 야시장을 방문했던 것을 빼면 의외로 부실했다. 어디 가서 뭘 먹었다는 식으로 단박에 떠오르는 기억이 떠오르는게 없다.

밖에서 시켜서 들고 먹는 야시장과는 사뭇 다르게 말끔한 내부 분위기와 아늑한 느낌을 주는 어두운 목재 인테리어의 공간에 앉아서 대기를 하면서, 카페거리서 헤매며 조바심에 달았던 마음도 조금 안정이 되었다. 시킨 메뉴는 샤오롱바오와 솅젼바오, 우육면, 파인애플 스무디.

샤오롱바오와 솅젼바오는 딤섬류이지만 후자는 딤섬을 한 번 후라이해서 나온다는 것이 차이점. 그래서 수분을 촉촉하게 머금은 김이 모락모락한 비쥬얼인 샤오롱바오와 달리 솅젼바오는 조금 더 바삭하고 식감을 맛볼 수 있었다. 

우육면을 먹으면서 막상 면보다도 국물과 같이 들어간 고기에 더 끌렸다. 구수한 국물과 대비되는 연한 맛의 고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덜 익은 듯한 부분이 없이 골고루 잘 익은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도 소금에 찍어 먹는 걸 신조로 여기던지라, 연한 고기가 이런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한 번에 시킨 것은 좋았지만, 막상 다 먹으려니 안 그래도 새해의 연례 다짐과도 같은 체중감량 때문에 위장을 줄이던(?) 중이었던지라 양이 다소 버거웠다. 1인당 1메뉴 정도로 생각하고 주문하면 어느 정도 맞을 듯. 


~ THE ISLAND CAFE ~

- 어디에 가게 간판이 붙어있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 

중산역 카페거리에서 결국 자리를 잡고 분위기를 만끽하지 못해 점심 식사를 위해 중식당으로 전략상 후퇴. 중식당에서 배불리 위장 FLEX를 하는 동안에도 현지 카페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씩 없어져 가고 있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구글맵을 켰고, 마침 중식당과 같은 거리에 있었면서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있는 위치에 THE ISLAND CAFE라는 카페가 보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어디라도 좋으니 자리잡고 커피라도 마셔보자는 심정으로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막상 아무리 구글맵에서 바로 지금 서 있는 위치 근처에 카페가 있다고 표시가 떠도.. 허름한 목재 외관의 건물과 그 주변의 콘크리트 건물들 투성이만 보이고 그 어디에도 카페 같은 간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주변을 길 잃은 똥강아지 마냥 서성이다가 결국..

건물 앞에 놓여진 조그만 간판의 맨 밑에 작은 초록색 글씨로(위 사진의 붉은 사각형 안) THE ISLAND라고 쥐꼬리만한 글씨가 쓰여진 것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구글맵에서는 당당하게 표시가 되는 가게치고는 찾아가는 과정이 가히 숨은그림찾기 수준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내서 들어간 ISLAND CAFE는, 오전에 중산역 4번 출구의 카페거리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수모(?)를 씻어내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적당히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눈이 부시지 않은 부드러운 노란 조명이 카페 구석구석에 따뜻한 아우라를 그윽하게 발산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리를 잡고 음료를 놓은 채 각자 소일거리 등 차분히 볼 일을 보고 있는 현지인들.

찾아오는 동안은 발바닥을 괴롭히던 딱딱한 콘크리트 골목이었지만, 카페에 들어와서 입구 옆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보니 그 딱딱하고 힘들게 느껴지던 골목길도 카페 분위기로 충전된 감수성에 의해 대만틱한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한 골목으로 바뀌어 보였다. 

역시 곳간이 차야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서빙되어 나온 주문한 라떼와 브라우니가 나왔다.

힘들게 찾은 곳인만큼 고진감래의 효과로 라떼는 더 부드럽게, 브라우니는 더 달게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식으로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고 책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혈압과 산소가 널뛰는 중환들과 고통 어린 호소, 기계의 신호음에 둘러싸인 임상 현장에서 밤새 일하며 지쳐버린 카페쟁이의 오감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며 달래줄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저절로 카페쟁이가 된건가 싶다.

이렇게 카페와 브라우니를 맛보며 잠시 몸을 맡겼던 THE ISLAND CAFE는, 이번 여행이 끝난 뒤에도 도심 속 숨은 보석과도 같은 곳으로 내 머릿 속 기억의 두루마리에 새겨져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그렇게 감수성과 당분을 충전하고 나서는,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되는 발마사지에서 고비를 한차례 맞이하게 되는데..

TO BE CONTINUED..

덧글

  • 2020/01/02 20:4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ealEscape 2020/01/02 20:57 #

    카페거리가 아니라 묭실거리라고 이름을 짓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냥 딱 둘러봐서 보이는 가게 10개가 있으면 5개가 옷가게나 미용실, 3개가 편집샵이나 인테리어 가구 가게, 2개 정도가 카페 정도의 비율이었습니다. 편집샵이 열려서 구경을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좀 더 괜찮았을까요.

    말씀하신 압구정 현백에서의 샤오롱바오는 이전에도 딱 한 번 먹어본 것 같습니다. 위의 포스팅의 Kao-Chi에서 먹은 샤오롱바오와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레시피가 좀 많이 퍼져 있는 유명한 메뉴라면, 해외 현지와 우리나라 어디서 먹든 퀄리티 차이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THE ISLAND CAFE 같은 곳에서 진정한 개인 카페의 아늑함을 느꼈기에 나중에는 풀로 충전된 충전기를 가지고 찾아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름 카공족 속성도 가지고 있어서 콘센트 사용이 용이한 스벅 할리스 등을 선호해왔거든요.

    말씀하신대로라면 우유 비중이 유난히 높은 라떼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뭐 아무래도 우유를 물 대신 마실 만큼 좋아하는 저에게는 그저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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