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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부여 받은 인생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하는 중 // 관심사 : 음악, 독서, 여행, 운동, 유튜브, 일본애니 // Since October, 2019
by RealEscape


[전시회] 2020년 1월 12일,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 PART I 2020년도_일상

- 2020년 1월 12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 입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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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평을 썼던 "심미안 수업"을 읽고 나서 여운이 가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전시회를 접하고 싶었다. 어떤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지라도 조금 더 눈길을 붙잡아두거나,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작품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런 작품을 바라볼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의 정체를 제대로 나만의 언어로 붙잡아 묘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의 언어로 표현된 느낌들이 쌓일 때, 내가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심미안 수업"을 읽으면서도 유난히 인상 깊게 읽었던 영역이 바로 "사진"에 대한 내용이 담긴 단원이었다. 

책에서 소개 된 여타 예술 영역인 회화, 건축, 음악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나름대로의 심오함을 가질 수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서울 바람을 쐬고 싶다는 이유 모를 약간의 절실함에 이끌려 생각없이 네이버 포탈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이었다.

안 그래도 사진이라는 영역에 관심이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하던 차에, 2019년 9월에 비교적 완성도 높은 여행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파리 여행의 덕에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주제가 크로스오버 된 취향저격과도 같은 전시회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1/11일 토요일의 아수라장과도 같았던 24시간 주말 응급실 풀 당직을 좀비처럼 버텨내고 나서, 언데드처럼 너덜너덜해진 스스로에게 생기를 부여하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바로 사진전이 열리는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아래의 사진들과 그에 따라오는 내용들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사진을 바라보고 당시 전시회장에서 느꼈던 나의 감상과, 똥글을 끄적이면서 새로이 든 생각들을 취합해서 끄적여본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앞서 밝힌다. 


-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전시회 초반에 볼 수 있던 로버트 카파의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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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통해 순간적으로 붙들린 직사각형의 순간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피사체에는 자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사진 한 가운데에 자리잡는 피사체는, 사진의 의도와 주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파업에 참여하는 시위군중을 찍은 위의 사진에서는 모자를 쓴 담배를 문 남자가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꾸역꾸역 질문을 만들어보았다, 군중 속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저 남자를 향해서 저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만든 의도는 뭘까?

다른 건 잘 모르겠고, 파업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남자의 모습을 통해서 대변한다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니었을까. 담배를 입에 물고 하늘을 쳐다보며 파업까지 하게 된 당시 상황이 어떻게든 잘 해결되려나 하는 염려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는 몰라도 비슷한 염려와 걱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그런 심정을 대변하는 표현을 순간적으로 저 남자의 모습에서 느끼고 로버트 카파는 재빠르게 셔터를 누른 것은 아닐까.

순전히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질문과 거기에 대해 혼자서 한 상상을 바탕으로 그럴 듯하게 풀어쓴 그야말로 "썰"이다. 내가 가진 이 사진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반드시 정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각자에게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각자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가질 수 있게 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사진이든 그림이든 바라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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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파리의 모습을 담담히 산책하면서 둘러볼 수 있게 기획되었다. 

관광객으로써 명소만 둘러보게 되면서 놓치기 쉬운 파리 구석구석의 모습들과 아울러 역사적인 설명문들도 같이 잘 곁들여져 있어 지식적인 갈증도 그럭저럭 잘 풀어주는 배려가 돋보였다.

전시회에 있던 설명문처럼, 파리에서의 카페는 단순히 카페인 음료를 마시며 유유자적을 하는 곳이 아니라 당대 지식인들의 열띤 토론과 지식 교류의 장의 역할을 담당하던 장소였다.

이러한 유서깊은 수많은 카페들 중에서 양대산맥을 이루던 두 카페는 지금까지도 나란히 자리잡고 전세계로부터 관광객을 받고 있다, 바로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와 카페 레 되 마고(Cafe Les Deux Magots)이다.

파리 6구 셍제르맹 거리에 위치한 카페 드 플로르는 저명한 문인과 철학자들이 다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카페 드 플로르의 이미지가 카페에 대해서 내가 가진 인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2019년 9월 파리 여행에서도 그 정취를 느껴보려 잠시 들렀던 적도 있다.

많은 지성인들이 지식을 두고 토론을 하고 책을 읽던 곳이라니 괜시리 조용하고 아늑한 곳으로 혼자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 카페의 분위기는 달랐다. 

글로벌한 스케일의 입소문을 타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찾아온 전세계로부터의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발길로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여지듯 바닥에 늘어진 수많은 정리거리(?)들과 정리된 수 많은 의자들, 빗자루에 턱을 괴고 정리해야 할 카페 바닥을 쳐다보는 오른쪽 남자와 왼쪽 테이블에서 서로 안고 있는 남녀. 당장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이 정도.

아무리 지성인의 결집장소라고는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엄연히 마찬가지로 이들도 손님이고 이들이 떠난 뒷자리를 청소하고 정리해야 또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

더욱이 당시 존재하던 2만여 곳의 카페들 중에서도 유명세로 손꼽히던 카페 드 플로르였으니, 찾아오는 손님의 수 만큼 그 손님들이 떠난 뒷자리를 정리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빗자루에 턱을 괸 남자로부터 카페 청소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그런 일상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남자와 다르게 홀로 남겨진 구석의 테이블에서 사랑을 나누는 듯한 남녀의 모습. 로맨스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파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낭만으로만 가득찬 듯한 파리 속 일상의 고단함이 같이 느껴지는 한편, 9월 파리 방문 당시의 카페 드 플로르의 다소 시끌벅적하던 모습도 회상시키는 사진이었다.


TO BE CONTINUED..

덧글

  • 2020/01/16 18: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ealEscape 2020/01/27 20:02 #

    정말 기억 속에 길이길이 남을 그런 전시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진들도 사진이지만, 전시회장을 가로지르는 음악과 기획된 향도 돋보였습니다.

    서울을 컨셉으로 이러한 사진전을 해도 뭔가 나쁘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파리도 역사적으로 많은 일들을 겪은 곳이지만, 전쟁을 거쳐서 폐허의 무더미 속에서 복구가 되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역사적인 순간들도 많았던 만큼 격동의 시기를 지나왔으니까요.

    속편 좀 끄적여보려는데 구정 연휴까지도 정신없이 굴리는 당직 일정에 몸과 마음이 축나는 바람에 좀처럼 진행을 못하고 있네요; 언제쯤 일이 좀 안정이 될지 좀처럼 알 수가 없는 가운데 계속 전신을 휘감는 피로감은 떠날 줄을 모르네요..

    항상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콜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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